어제부터 이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빗방울이 밤새 세상을 두드린다. 자연의 북소리에 나보다 먼저 깨어나는 것은 나의 감성이다. 세상이 허락한 범위 밖의 감성. 어쩌면 나에게 감성은 이드의 또 다른 쌍둥이일지도 모른다.
왜 광년이들은 비만 오면 그렇게 홰까닥 돌아버리는걸까. 그렇다면 비만 오면 이렇게 주체 못 할 감성에 몸서리치는 나도 광년이인 걸까. 아니면 세상의 다른 사람들도 비가 오면 마음 속의 무언가가 고개를 드는 걸까. 나는 혼자라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감성에는 시가 제격이지.(클릭)
홀로서기
1
--서 정 윤 --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러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언제부터인가 야금야금 시를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쳐다도 보지 않던 시집들을 의식적으로 뒤져본다. 시 옆에 붙어있는 해설은 무시한 채 가슴으로만 시를 읽어 내려간다.
오늘도 우연히 비 오는 감성으로 시집을 뒤적이다 저 시와 만나게 되었다. 둘이 만나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 또는 누군가가 했던 말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거절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waiting line이기도 했다. 어쩌면 신호등. 신호등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때가 되지 않으면 파란 불을 켜지 않는다. 어쩌면 그 빨간 불의 매혹적인 불빛에 내가 매료되었던 것일지도. 기다릴만큼 기다렸는데도 불빛은 바뀌지 않았고, 나는 이제 다른 길을 찾고 있다. Selamat Tinggal. Maaf dan Terima kasih.
최근에 알게 된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누군가가 마그리트의 작품을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으로 분석했던데,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그냥, 외로움이 보인다. 그의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분투했을 무언가가 보인다. 깊은 수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마그리트라는 바다도, 너무 깊어 어렴풋이 실루엣만 보인다. 그 실루엣의 이름이 외로움, 또는 갈등. 그는 얼마나 갑갑했을까. 얼마나 밖으로 끄집어내고 싶었을까. 꺼내고 나니 평온하던가요?
<오늘 하루만>이라는 단어를 핑계삼이 또다시 쓰며, 나는 내 마음 속의 형형색색 젤리들을 또다시 블로그에 토해낸다. 이럴 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애꿎은 날씨 탓하기. 비가 와서 그래요, 비가 와서.
달도 없는 밤. 저절로 켜진 TV가 준비도 안 된 나에게 웃음을 쏟아낸다. 유머로 위장한 고독이라는 적군의 무차별 공격. 뜨거운 방바닥에 더 뜨거운 나의 숨을 토해내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 떠난다. 육체라는 전우를 방치하고는 일단 퇴각.
그 곳에 있다, 나의 진지가. 육신은 너무 무거워 오를 수 없는 곳. 추억이라고 명명한 카메라가 찍어댄 사진들로 온통 도배가 된 벽. 테이블 위에는 커다랗게 펼쳐진, 끊임없이 위치가 바뀌는 지도. 주인을 기다리는, 푹신한 가죽으로 덧대어진, 왕좌라고 부르는 내 옆 자리의 소파. 캐비넷 안에 비상식량, 핫초코. 꿈을 먹고 사는 그림 새 피닉스. 방향제는 언제나 Davidoff Cool Water Woman. 서큐버스의 침입에 대비한 나르시시즘이라는 철벽과, 애완동물, 맥. 하루에 8시간씩 시간을 보내는 나의 진지다.
소파 속 깊이 몸을 뉘이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핫초코를 한 모금 들이키려는 찰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육신이 보내는 SOS.
토하듯 눈을 뜬다. 밖은 아직 달도 없는 밤. 나의 육신은 가지 말라고 나를 붙든다. 고독의 친구는 더위와 통증. 희뿌옇게 물드는 창가를 바라보며 지치고 겁에 질린 육신을 다독인다. 무섭지 않아, 외롭지 않아, 너는 용감하니까.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난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감돌아간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도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비숫했지만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먼저 길은 다른 날로 미루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은 것입니다" 라고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흔히들 인생을 길에 비유하곤 한다. 그리고그 숱한 인생의 선택들이 갈림길에 비유하는 것인 이제 진부하다 못해 비유의 힘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은 나그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나그네라기보다는 여행자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나는 목적을 가지고 걸어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오늘도 목적을 가지고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수 많은 자잘한 갈림길에서 선택을 한다. 지도도 없이, 조잡한 나침반과 나의 직감만을 가지고 말이다. 인생의 여행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되돌아올 수 없다는 것. 내가 앞으로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내 뒤의 길은 지워진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그 강아지라도 있는 것처럼.
때론 나의 선택이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후회하기도 한다. 가끔은 조잡한 나침반이 제대로 방향을 가르쳐주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때론 내가 그 나침반을 신용하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때론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 길을 잘못 든 때도 있었다. 천상 길치인 나는 그럴 때마다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했다.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다음 갈림길에서 다른 쪽으로 빠져야 하는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혹시나 지나갈 여행자를 잡고 길을 물어야 하는지.
여태껏 대개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가다보면 마을이 나올테고, 마을에 가면 제대로 된 방향을 물어 볼 심산으로 그냥 그렇게 주욱 따라 걸었다. 그랬더니 웬걸. 나는 점점 나의 목적지와 멀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계속해서 조금씩 목적지를 수정해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후회한다. 그 때 그 곳에서 오른쪽 길로 갈걸 하고 말이다.
유명한 일화지만, 피에르 가르댕은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동전을 던져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그 선택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꽤나 감동적인 일화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린 나이에 상당한 감명을 받았었고, 한 때는 나도 그렇게 해 보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최선을 다 하면 다 할수록,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렬하게 들었다. 내가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대한 열망이 너무도 뜨거웠다. 그래서 나는 덤불을 헤치고 길을 찾았다. 동전을 던져서 뒷면이 나왔는데,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동전 던지기는 선택을 해 준 것이 아니라 내가 무얼 원하는지 확인해 줬을 뿐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자 동전던지기가 무서워졌다. 내가 누르려 했던 나의 본심을 깨닫게 해 주니까.
지금 나는 다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길치란 참 불편하다. 고민 중이다. 나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시라도 빨리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지.
덧)내가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내 기분이 특별히 매우 우울하거나 한 건 아니다.(누가 그러길래ㅡ_ㅡ) 다만 나는 약간의 조울증 경향이 있을 뿐이며, 이런 축축 쳐지는 글을 쓰는 것을 즐길 뿐이다.
아, 다른사람보다 특별히 더 고생을 하진 않았어요^^
다만 혼자라 어렸을 때부터 멍하니 생각하길 좋아했을 뿐입니다.
시간이 많으면 쓸데없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되지요~^^
저 글에 공감해 주시는 걸 보니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이신 분인가요?
아나면, 잘못된 길로 접어드신 분인가요?
어느 쪽이든 행복한 쪽으로 결말이 났으면 하네요~^^
자주 들러주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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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아침에 시를 읽으니 왠지 센티해지는 느낌?
이런 느낌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데.. ㅋㅋ
월요일입니다.. 비 조심하시고.. 즐겁게 보내세요. ^___^
그런 느낌을 음미해봐요~
이번 주도 즐거운 한 주 되세요>_<
크으- 어렵네요-_-;;
비가와서 그런가요-?
전 비가오면 즐거워지는데~
어둠이 좋아요 :)
어둠이 좋다니...
박쥐나 뱀파이어, 또는 늑대인간 정도 되나요ㅡ,.ㅡ;;;
케케- 늑대인간-
맘에들어요-!
비가 와서 좋은 점 한가지는..
새로 산 가디건을 입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일까요?! _ ㅎㅎ
오오+_+그런거라면 비가 즐거워질지도!
레인부츠 하나 장만하고 싶은걸요~
시....;; 아아아...머리가 복잡해져 가고 있어!! - _-;;
가슴으로 읽어보아요~
그럼 머리가 안복잡한걸요ㅋㅋ
"시"라는게.. 저 같은 사람은 "이해 할 수 없는 단어들의 집합"을 지칭하는거 맞는거 같은데요...;;;
쉬운 시도 많아요^^;;
오랜만에 읽는 홀로서기네요.. 조금 더 음미해봐야겠네요 .^^
아..이 시를 아시는군요^^
시는 그 때 그 때 기분에 따라 느낌이 달라서 신기해요ㅎㅎ